역사 속에서의 사건을 현재의 시간 속에서 어떠한 의미를 부여하여 재현(re-presentation) 혹은 재구성(re-composition) 한다는 것은 간혹 과거로의 여행 혹은 과거를 현재에서 체험하게 하는데 목적을 둔다.  

순교는 피로서 증거하는 역사적 사건이다. 증거를 목적으로 하는 사건은 현재까지도 살아 숨을 쉰다. 이는 재현(re-presentation) 혹은 재구성(re-composition)의 문제가 아니라 재 매개(re-mediation)의 영역으로 해석된다.

현재의 도심일상은 메마름으로 치닫고 있다. 치유와 회복을 필요로 하는 삶들로 가득 차있다.  마치 광야에서의 울부짖음 같은 간절함도 현대인을 공허하게만 만든다.

피의 증거는 위로(consolation)로써 삶을 감싸며 다가온다. 치명자의 흘린 피는 그리스도의 씨앗이 됨으로써 위로의 빛으로 열매를 맞는다.

역사적인 사건의 장소인 서소문 밖 형장에 위치한 이 땅에 빛으로 표현되는 위로는 광야에서의 삶에 지친 현대인에게 역사의 파편들을 딛고 일상을 이어가게 만든다.